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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국제 문학 영화제 졸속ㆍ사상누각 되기 쉽다

작가 초청 불발, 초청작 선정ㆍ상영 일정 불투명

기사입력 2019-06-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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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1년을 맞은 김한근 시장이 6월 24일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관광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올림픽 이후 국제도시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강릉 국제 문학 영화제’를 계획 중”이라며 “강릉의 문화적 잠재력과 21년 차를 맞은 정동진 독립영화제의 저력을 더해 관광 및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영화제를 준비해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한근 강릉시장은 지난 1월 17일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1월에 열흘 일정으로 제1회 강릉 국제 문학 영화제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50여 편을 상영하고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 등 세계적인 작가와 감독을 초청해 토론, 영화 포럼, 시상 등 국제적인 영화제를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어 2월 25일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소설가 김홍신, 배우 안성기, 영화감독 김용운 등 영화ㆍ문화계 인사를 불러들여 ‘세계 속의 감동 강릉, 국제 문학 영화제를 품다’라는 주제로 강릉 국제 문학 영화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야심찬 공언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5개월여 앞둔 지금까지도 ‘계획 중’이라고 하니 국제 영화제로서의 위상은 둘째 치고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게다가 아직 영화제를 이끌어갈 조직위원회 구성도 안 돼 있어 ‘세계 최초로 문학과 영화를 통합한 국제적인 영화제’라는 거창한 포부와 달리 국제적인 망신의 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 당시 김한근 시장이 제시한 영화제 소요 예산은 10억 원 정도. 이 예산은 지난 4월 강릉시 추가경정 예산심의에서 12억 원으로 늘어났고, 최근에는 당초 예산의 두 배인 20억 원으로 늘어났다. 모자라는 8억 원은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신빙성 없는 계획까지 내놓았으니 그 실현 가능성 역시 심히 의심스럽다.
 

믿을만한 제보자에 의하면 조앤 K. 롤링이 초청을 거절해 “세계 유명 문학 작가들과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라던 김 시장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고,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상임고문으로, 박중훈ㆍ안성기ㆍ장미희 등 유명 배우를 자문 위원으로 위촉하겠다던 계획 역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약 30여 개의 상영관에서 70여  나라 30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독립ㆍ예술영화의 꽃인 전주국제영화제는 20여 개의 상영관에서 50여 나라 200여 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강릉 국제 문학 영화제는 강릉 아레나와 대형 호텔을 중심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명색이 국제 영화제다. 그런데도 강릉시는 지난 5개월여, 거창한 계획과 달리 기본적인 조직 위원회조차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채 아직도 계획 중이고 준비 중이라면서 “영화제 관련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조직위만 구성되면 11월 개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2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다. 혈세 낭비로 끝날 일이라면 과감하게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 꼭 올해 개최해야 할 까닭도 없다. 꼭 필요하고, 꼭 해야 할 일이면 내년도 있고 후년도 있다. 개인의 공적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단단히 다져서 세상에 내놔야 한다.

훌륭한 기반 시설과 우수한 자원을 두루 갖추고도 실패한 영화제가 더 많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되새겨야 한다. 강릉시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일에 강릉의 영화인이나 문학 관련 인사가 배제되고, 시민들이 남의 잔치에 들러리 서는 격이 되는 일도 더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과연 그럴만한 역량이 되고, 그럴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서는 망동은 없어야겠다.
                                                                                                                             (사진 : 강릉시)

이옥경 편집장 (wawo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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